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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 마법학원

프롤로그 속 장면 3: 연금술 수업

3 / 8 챕터

엘리오 선생님이 본가에 방문하신 다음 날, 나는 연금술을 배운다는 설렘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거울 앞에 섰다. 대충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방을 나서자, 복도의 반대편 끝에 보이는 마이라의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기다려보니, 곧 마이라의 방문이 열렸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시간에 깨어난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며 우리는 자연스레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남매라서일까, 서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익숙하면서도 가끔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이라도 나를 발견했는지, 복도를 바라보다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렸다. 혹시라도 자신이 기대하고 있다는 걸 들킬까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웃었다. 더 이상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려,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갔다.

내 개인 욕실은 혼자 사용하기엔 조금 넉넉한 크기였다. 욕조 공간과 세면 공간 같은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만,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은 옅은 노란빛으로 따스한 느낌을 주었고, 우리 집의 다른 방들과 같은 톤이었다. 어쩌다 마이라의 욕실을 지나가게 될 때면, 내 욕실과 거의 비슷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필요한 만큼만 빠르게 씻고 방으로 돌아왔다. 옷장을 열어 가벼운 실내복을 꺼냈다. 어차피 오늘도 앞뜰이나 1층 게스트룸에서 공부를 할 테니 불편하지 않은 옷이면 충분했다.

방문을 나서며 슬쩍 복도 쪽을 살펴보았다. 마이라는 아직 욕실 안에 있는 듯했다. 나는 타원형으로 곡선이 휘어진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1층에 다다르자,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니, 아버지와 엘리오 선생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침의 잔잔한 빛이 거실을 감싸고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두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오늘 하루가 특별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해 한번 더 설레였다.

“아버지, 엘리오 선생님. 지금부터 배우기 시작해도 되나요?”
내가 기대에 차서 묻자, 두 분은 나누던 대화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셨다.

“그래, 일찍 일어나는 편이구나?”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루크, 오늘부터는 너희가 싫다고 해도 매일 엘리오에게 배워야 할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말아라.”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어머니의 작업실에 들어가, 어머니의 본업인 보석 연금술을 지켜보며 배우는 것을 더 좋아했다. 반면, 마이라는 아버지의 시전술을 흉내 내겠다며 어릴 적부터 연습용 목제 지팡이를 들고 놀기를 즐겼다.

어머니의 보석 연금술은 늘 경이로웠다. 반짝이는 가루를 모으고, 손끝에서 모아진 신비한 빛무리—에테르—가 그 가루를 형형색색의 귀금속으로 변모시켰다. 나는 아직 에테르라는 미지의 에너지를 다뤄본 적은 없지만, 오늘부터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멋지게 에테르를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내 귀에 중앙 계단에서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마이라가 내려오는 소리였다.

“마이라, 빨리 내려와! 네가 와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잖아!”

발걸음 소리가 조금 더 빨라지더니 이내 계단 끝에 마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묶은 머리에 편안한 원피스를 입고 새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는 딱히 빨리 배우고 싶지 않거든?”
마이라는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곧 아버지와 엘리오 선생님을 향해 원피스 자락을 살짝 잡아들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아버지, 엘리오 선생님, 편히 주무셨나요?”

“그래, 마이라. 잘 잤느냐?” 아버지가 물으셨다.
엘리오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
“예정보다 조금 이른 것 같긴 하지만, 지금 시작해볼까?”

나는 얼른 대답했다.
“네! 선생님, 지금 해요!”

마이라는 말없이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루크, 마이라, 엘리오 선생님께 잘 배우도록 해라.”
“네!” “네~”

엘리오 선생님이 앞장을 서서 저택의 출입문으로 향하셨고, 나와 마이라는 나란히 뒤를 따랐다. 문을 열고 나가자, 아침 공기가 살짝 차갑게 느껴졌다. 해는 아직 높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날씨는 따뜻한 편이었다.

“루크!”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업실 문을 열고 다가오신 어머니의 손에는 작은 로브가 들려 있었다.

“너는 체온이 불안정하니까, 이 옷을 걸치고 다니렴.”
어머니는 내 어깨에 로브를 둘러주시며 목 부분 단추를 꼼꼼히 채우셨다.

“엘리오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
그렇게 말씀하시며 어머니는 나와 마이라의 얼굴을 한 번씩 양손으로 감싸 주셨다. 따뜻한 손길이 나를 안심시켰다.

엘리오 선생님은 어제 아버지가 시전술을 보여주시던 장소까지 걸어가더니 발걸음을 멈추셨다.
“자, 이제 자리에 앉아보거라. 내가 너희에게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마.”

나와 마이라는 늘 앉던 통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엘리오 선생님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금술이란 이 세상의 섭리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연금술로 창조될 수 있고, 반대로 소멸될 수도 있지.”
그는 한순간 말을 고르고,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연금술은 단순히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연금술사는 이 세상의 구성 요소를 이해하고, 그것이 움직이는 원리를 탐구하는 사람이다. 자, 너희는 물질을 존재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이라를 쳐다봤다. 마이라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생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다.
“바로 에테르다. 모든 물질은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다. 에테르는 물질의 근본이자, 우리 연금술의 시작점이지. 하지만 에테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순수한 에너지의 형태로 존재하며, 연금술사는 그것을 감지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빛, 공기, 나무,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물 한 방울까지… 모두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단다. 에테르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에, 그것을 느끼는 것은 이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지.”

엘리오 선생님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가까이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 하나를 주워 들었다. 그는 돌멩이를 손에 쥔 채 조용히 집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돌멩이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어딘지 익숙했다. 어머니가 작업실에서 보석을 세공하실 때 종종 보이던 바로 그 빛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숨을 죽였다.

잠시 후, 돌멩이는 천천히 가루로 흩어져 그의 손에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손바닥 위에 떠오른 빛무리뿐이었다. 그 빛은 은은하면서도 강렬했고, 마치 생명력을 지닌 듯 이글거렸다.

엘리오 선생님이 고개를 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에테르다. 원래는 이 돌멩이를 구성하던 중요한 요소였지만, 내가 에테르를 흡수하니 형태가 무너져 이렇게 가루로 흩어져 버렸다.”

마이라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걸 반대로 하면 돌멩이를 다시 만들 수도 있는 건가요?”

엘리오 선생님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몸을 숙였다. 그는 발밑의 흙을 한 줌 집어 손안에 모은 뒤, 다른 손에 남아 있던 빛무리와 조심스럽게 겹쳤다.

그 순간, 흙에서 짧게 빛줄기가 흘러나오더니 곧 빛을 반사하는 윤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흙이 점점 단단해지는 듯하더니, 마침내 깨끗한 돌멩이로 변했다.

“마이라가 잘 맞췄다. 이 세상에는 불, 물, 공기, 흙, 금속, 독, 빛, 어둠의 원소가 존재한다. 이 중 흙은 강인함과 안정성을 부여하는 원소이지.”
그는 돌멩이를 손에서 굴리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원소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소는 에테르와 만나야 비로소 그 속성의 성질을 발현할 수 있다.”

그가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오른손 검지에 끼워진 반지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러자 반지에서 에테르가 응축되더니, 갑작스레 푸르른 불꽃이 번쩍 피어올랐다. 불꽃은 잠깐의 찬란함을 남긴 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불은 에테르와 만나면 생명력을 품은 파란 불꽃을 만들어낸다. 파괴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 흙은 안정성을 주지만, 너무 많은 에테르를 부여하면 금속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에테르는 세상을 지탱하는 생명력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깃드는 건 아니란다. 에테르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물질에만 깃들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에는 깃들지 않는 법이지.”

나는 그의 설명에 빠져들며 눈을 떼지 못했다. 마이라 역시 눈을 반짝이며 그의 손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엘리오 선생님의 목소리는 마치 우리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오늘이 그 첫걸음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나와 마이라는 엘리오 선생님의 지도로 에테르를 느끼는 훈련을 시작했다. 엘리오 선생님은 진지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눈을 감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 모든 자연물에는 에테르가 깃들어 있단다. 너희와 나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에테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니, 당연히 느낄 수 있어야 하겠지.”

나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엘리오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갔다.
“루크, 마이라. 너희의 존재와 다른 자연물이 가진 공통점을 느껴보렴. 에테르는 이 세계를 지탱하는 생명력과 같다. 에테르가 없이는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없다. 에테르를 가진 물질은 소멸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생성되어 세상의 일부가 되지. 우리도 그 일부야. 에테르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연금술사가 되는 첫 번째 과제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사실 에테르는 나에게 완전히 낯선 존재는 아니었다. 아버지의 지팡이 끝에서, 어머니의 손끝에서 매일같이 보던 그 빛. 익숙하긴 했지만, 엘리오 선생님이 말씀하신 방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단지 눈으로 보고 느낀 그대로를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눈을 감고 매일 보아왔던 그 익숙한 빛을 떠올렸다. 그것과 나의 공통점을 찾으려 애쓰며 집중했다. 그렇게 잠시 몰입하던 순간, 손끝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손끝에서 따스한 빛이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빛의 흐름이 느껴졌다. 빛무리가 잠시 뭉쳤다가 흩어지며 나를 둘러싸는 듯했다.

“루크, 후후... 벌써 이해한 것 같구나.”

엘리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얼른 눈을 떠 그를 바라봤다. 옆에 앉아 있던 마이라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인가요?”
“그래, 너의 왼손끝에 에테르가 잠깐 머물렀다 흩어졌단다.”
“오빠! 벌써 한 거야? 대단해! 대체 어떻게 했어?”
마이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나와 비슷한 점을 찾으려 했을 뿐이야.”

나는 문득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연금술로 보석을 완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늘 신비롭고 재미있었다. 어머니도 내가 옆에 있으면 덜 심심하신지, 작업실에 갈 때면 늘 함께 가자고 하셨다. 매일같이 에테르를 보아온 것이 지금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마이라는 팔짱을 낀 채 얼굴을 찌푸렸다.
“으으... 나는 모르겠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잘 안 돼!”
“마이라, 익숙한 감각을 떠올려 봐. 나도 그렇게 했어.”
“익숙한 감각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엘리오 선생님이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마이라, 너무 서두르지 말거라. 천천히 물질을 바라보면 너도 곧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루크, 네가 모은 에테르는 짧은 순간 머물렀다가 흩어진 수준에 불과하단다. 더 큰 존재를 느끼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날 오후, 우리는 엘리오 선생님의 지도 아래 한낮을 보냈다. 나는 에테르를 모으는 데 몇 번 더 성공했지만, 마이라는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마이라,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연금술을 자주 보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
마이라는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오빠가 어머니의 작업실에 있는 동안, 나는 매일 아빠의 시전술을 구경했단 말이야. 내가 오빠보다 더 강해져야 하는데... 큰일 났어.”
“네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내가 오빠를 지키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이건 정말 큰일이라고!”

나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마이라, 내가 정말 너보다 강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큰일은 아니잖아.”
“부우우... 오빠는 내 마음을 정말 몰라!”

마이라는 볼을 부풀리며 앞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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