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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 마법학원

프롤로그 속 장면 4: 성장하는 아이들

4 / 8 챕터

엘리오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신 지도 어느덧 수개월이 흘렀다. 마이라와 나는 매일 아침부터 점심 무렵까지 엘리오 선생님께 연금술을 배웠고, 오후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그 배움을 실제로 써먹는 법을 익혔다.

나는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연금 세공을 배우는 시간을 좋아했고, 마이라는 아버지와 지팡이를 맞대는 시간을 더 즐겼다. 오늘도 오후의 정원에는 목제 지팡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합! 합!”

“이얏!”

아버지는 지팡이 끝을 살짝 아래로 내리며 마이라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마이라, 에테르를 사용해라.”

“응, 알았어!”

마이라가 왼손을 얼굴 높이까지 들어 올리자, 손가락에 끼워진 녹색 반지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반지를 지팡이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작은 빛의 원이 번쩍이며 나타났고, 그 빛은 곧 지팡이 전체를 옅게 감쌌다.

“아빠, 갈게요!”

“이얍!!”

마이라의 지팡이가 가로로 내질러졌다. 지팡이 끝이 그린 궤적을 따라 에테르의 기운이 퍼지며 반짝이는 광채가 정원을 물들였다.

“오!”

아버지는 왼손으로 상체를 감싸며 그 궤적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짧은 푸른빛이 번쩍 터져 나왔고, ‘탕!’ 소리와 함께 마이라의 공격이 사라졌다.

“해냈어! 아빠, 내 지팡이에서 에테르가 나갔지? 맞지?”

“그래, 마이라. 네가 드디어 해냈구나.”

“야호! 오빠, 봤지? 나도 이제 아빠처럼 될 수 있어!”

“응, 정말 멋있었어.”

나는 진심으로 손뼉을 쳤다. 하지만 박수를 치는 손끝이 조금 무거웠다.

사실 마이라가 에테르를 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세공한 연금 반지 덕분이었다. 바람의 원소와 에테르를 결합해 만든 그 반지는 에테르의 농도를 크게 높여, 마이라가 힘을 훨씬 쉽게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도 그 빠르고 정확한 궤적만큼은 온전히 마이라의 것이었다.

“루크, 이제 네 차례다.”

“네.”

나는 통나무 의자에서 일어나 마이라가 내려놓은 목제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네, 아버지. 갑니다!”

첫 궤적을 대각선으로 내리그었다. 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피했다. 가로로, 위에서 아래로, 정면으로. 십여 번을 휘둘렀지만 내 지팡이는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닿지 않았다. 지팡이를 내지르기 전에, 발로 쫓아가는 것조차 벅찼다.

“헉… 헉…”

“루크, 이제 에테르를 사용해 보아라.”

숨을 고르고, 왼손 중지의 붉은 반지를 지팡이 가까이 가져갔다. 손끝에 따뜻한 기운이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됐다. 이번에는.

‘번—쩍!’

붉은 빛이 지팡이 몸체를 타고 흐르는 듯했다. 그러나 지팡이를 내지르는 순간, 빛은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

아버지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망하지 말아라, 루크. 힘이 붙으면 지팡이에 에테르를 실을 수 있게 될 거다.”

나는 땅에 시선을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실패했구나.’

이상한 일이었다. 에테르를 모으는 것만큼은 마이라보다 내가 빨랐다. 엘리오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팡이에 실으려고만 하면, 에테르는 지팡이 끝에 닿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졌다. 마치 내 손을 떠나기 싫다는 것처럼.

“이제 내 차례야!”

마이라가 내 손에서 목제 지팡이를 낚아채더니 아버지 앞으로 달려나갔다. 좌우로 방방 뛰며 지팡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꼭 재빠른 다람쥐 같았다. 나는 통나무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팡이 끝이 빛날 때마다 환하게 웃는 마이라의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다.

“이익… 아빠! 미꾸라지 같아! 제발 한 번만 맞아줘!”

“하하하, 너에게 맞아주기엔 내가 아직 너무 젊단다.”

정원 가득 웃음소리가 번졌다. 해가 기울며 들판의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아버지가 지팡이를 거두며 말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다. 루크, 내일은 특별한 날이니 일찍 쉬거라.”

특별한 날. 그 말에 마이라가 나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내일은 내 열 번째 생일이었다.

생일 아침, 나는 계단을 내려가다 걸음을 멈췄다.

식당의 긴 오크나무 식탁 위에는 어머니가 밤새 준비하신 게 분명한 음식들이 가득했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꿀을 바른 생일 빵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마이라, 그리고 엘리오 선생님까지.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루크.”

“오빠! 생일 축하해!”

마이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내밀었다. 흰 천으로 감싼, 길쭉한 꾸러미였다.

“내가 직접 깎았어! 아빠가 조금… 아니, 많이 도와줬지만!”

천을 풀어 보니 손바닥 두 뼘 길이의 작은 목제 지팡이가 나왔다. 손잡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루크’라고 새겨져 있었다.

“오빠가 진짜 지팡이를 만들 수 있게 될 때까지, 이건 연습용이야. 그리고 약속 잊지 마. 나중에 나한테 멋진 지팡이 만들어주기로 한 거!”

“응. 잊지 않았어. 고마워, 마이라.”

어머니는 부드러운 남색 로브를 어깨에 걸쳐 주셨다. 옷깃 안쪽에 작은 보석이 세공되어 있어, 걸치는 순간 몸이 은은하게 따뜻해졌다.

“네 체온이 흔들릴 때마다 이 아이가 지켜줄 거야.”

“고맙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말없이 내 머리를 큼직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엘리오 선생님이 일어나셨다.

“루크, 잠시 나와 함께 걷지 않겠니?”

선생님과 나는 앞뜰을 지나, 아버지가 시전술을 보여주시던 들판까지 걸었다. 아침 해가 낮게 떠서 풀잎마다 맺힌 이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루크, 요즘 시전 수업이 재미없다고 했지?”

나는 뜨끔해서 고개를 숙였다. 어제 저녁, 마이라에게만 몰래 한 말이었는데.

“…에테르는 모이는데, 지팡이에 실으면 자꾸 사라져요. 저는 아버지처럼은 못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셨다. 꾸중도, 위로도 아닌, 어딘가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눈빛이었다.

“에테르가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루크. 네게 돌아가는 거지.”

“…네?”

“네 에테르는 지팡이라는 그릇을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야. 물이 그릇의 모양대로 담기듯, 에테르에도 저마다 어울리는 그릇이 있단다. 네 어머니의 에테르가 보석에 담기고, 네 아버지의 에테르가 지팡이에 담기듯이. 너는… 아직 네 그릇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선생님은 품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셨다.

“열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루크.”

상자 안에는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은으로 세공된 줄 끝에, 엄지손톱만 한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보석은 아침 햇빛을 받은 것도 아닌데, 스스로 깊은 곳에서부터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와아….”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 나왔다.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수많은 보석을 보아 왔지만, 이런 빛은 처음이었다. 차갑게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심장처럼 따뜻하게 고동치는 빛이었다.

“이건… 무슨 보석이에요? 어머니가 만드신 것들이랑 달라요.”

선생님은 잠시 대답이 없으셨다. 대신 목걸이를 들어 내 목에 걸어 주셨다.

보석이 가슴에 닿는 순간이었다.

두근.

내 심장 소리인지, 보석의 고동인지 알 수 없는 울림이 가슴 안쪽에서 번졌다. 보석의 붉은 빛이 아주 잠깐, 물결처럼 일렁였다. 놀라서 내려다봤을 때는 이미 원래의 은은한 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 빛이….”

“아침 해 때문이겠지.”

선생님은 부드럽게 웃으셨다. 하지만 그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선생님은 내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천천히 말씀하셨다.

“루크, 나와 세 가지를 약속해 주겠니. 첫째, 이 펜던트는 언제나 목에 걸고 다닐 것. 둘째, 남에게 함부로 보여주거나 건네주지 말 것.”

“…셋째는요?”

“셋째는….”

선생님은 들판 너머, 멀리 숲의 경계선을 잠시 바라보셨다.

“네가 언젠가 이 돌에 대해 묻고 싶어지는 날이 와도, 그 답은 스스로 찾아낼 것. 그때가 오면, 이 돌이 왜 너를 선택했는지 알게 될 거다.”

“돌이… 저를 선택해요?”

이상한 말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더 설명해 주지 않으셨다. 대신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평소의 온화한 미소로 돌아와 말씀하셨다.

“자, 들어가자. 마이라가 네 생일 빵을 다 먹어치우기 전에.”

“아! 맞다!”

나는 서둘러 저택 쪽으로 달렸다. 몇 걸음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선 그 모습이, 그날따라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가슴께에서 펜던트가 달릴 때마다 가볍게 흔들렸다. 붉은 보석은 여전히 따뜻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내 심장 바로 위에서 함께 뛰고 있었다.

그 온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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